본문 바로가기

활동소식/주간노동뉴스

"일체의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방식은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

사용자가 노동조합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4호 중 일부 내용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 5월 31일, 재판관 7:2 의견으로 이같이 판단하고 해당 조항의 효력은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2012헌바90)

헌법불합치 선언은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위헌 선언으로 당장 법률이 폐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공백 등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 그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이다.

해당 법률은 국회가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자동으로 상실한다.

A산별노조는 2010년 6월 18일부터 30일까지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단체협약에는 조합사무실과 집기, 비품을 제공하며 전기료, 수도료 등 관리유지비 일체도 회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외에도 노조에 차량과 주유비를 제공하는 등 '시설, 편의 제공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OO지방 고용노동청 OO지청장은 이 '시설, 편의제공 조항'이 노조법 제81조 제4호를 위반했다며 2010년 11월 법위반을 이유로 A노조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A노조는 시정명령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시정명령의 근거가 된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신청했다. 이 신청이 기각되자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
우리 노조법 제81조 4호는 회사가 노조에 지배․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그 예로 "노조 운영비 원조"를 들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이 전까지 우리 대법원은 최근 현대자동차 사건이나 두원정공 사건에서 회사가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근거해 노조에 업무용 차량이나 노조 간부용 아파트를 제공한 것도 전부 부당노동행위며, 이를 시정하라는 고용노동부의 명령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런 가운데 이번 헌법재판소 판단은 노조 운영비 원조는 노사관계 사적자치에 맡겨야 하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 눈길을 끈다.

■헌재 "노조 자주성 저해 위험 없는데도 운영비 원조 금지는 헌법에 위반"

헌법재판소는 "운영비 원조 행위가 노조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데도 금지하는 것은 노조법의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운영비 원조 금지는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저해되었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이라며 "오히려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개입해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운영 경비 마련은 노조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근로3권을 보장한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며 "그런 면에서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은 노조 자주성과 단체협약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복수노조 중 일부 노조에게만 특별히 원조를 해서 사용자가 차별행위를 할 위험도 있지만, 이는 공정대표 의무 위반이나 지배개입 금지 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헌재는 "회사가 특정 노조에만 운영비를 원조할 위험이 있지만, 공정대표의무를 통해 구제할 수 있으므로 굳이 운영비 원조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은 없다"며 "또 (특정 노조에만 운영비 원조는) 노조 조직이나 운영에 지배, 개입하는 행위로 부당노동행위로도 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단으로 기존 대법원의 판단은 모두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그동안 단체협약 조항에 포함된 시설편의제공 조항이 노사 간 관행이거나 노조가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얻어낸 경우라서 노조 자주성을 침해할 위험이 없다고 해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